
나이는 단지 숫자일 뿐
한국인들이 처음 만났을 때 당신에게 가장 먼저 물어보는 것 중 하나는 "몇 살이세요?"라는 질문이다.
외국인에게는 그리 친절한 질문으로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특히나, 여성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여기에는 그 만한 이유가 있다. 한국 문화에서는 나이에 따라 존경심을 달리 표현하기 때문이다. 같은 해에 태어나지 않았다면, 상대가 가족이든 아니든, 어른이며 아이가 되고, 선배나 후배가 된다. 개인적으로, 이런 문화는 나이를 초월한 사랑이나 관계가 이루어지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중국인임에도 중국에서 태어나지는 않았다. 다만, 중국 문화는 여전히 내 안에 남아있다. 중국어에는 존경을 나타내는 단계가 있지만, 동아시아의 한국 문화만큼 복잡하지는 않다.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미국에서 보냈고 모국어가 영어임에도 가끔 내가 Twinkie 1 라는 생각도 든다. 왜냐하면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의 삶을 살면서, 어린 시절의 중국문화와 언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히려 아시아에 있을 때는 마치 내가 외국인처럼 느껴 지기도 한다. 마치 드넓은 초원에 홀로 있는 카우걸처럼 말이다.
그래서 내가 몇 살이냐고? 그건 말하지 않겠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자주 말하듯이 말하자면, ‘영원한 35살’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나를 ‘아줌마’로 부를 것이다. 그리고 아마 이 끔찍한 칭호는 끝까지 날 따라올 것 같다.
아줌마
아줌마는 중년 이상의 기혼 여성, 곱슬머리와 썬캡모자, 그리고 햇볕을 피하기 위해 어울리지도 않는 옷을 입은 사람들을 일컫는 경멸적인 표현이다. 이런 여성에 대한 묘사는 그들이 사는 곳에 따라 다르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한국 여성들 중 그 누구도 그렇게 불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나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도 그 놈은 날 "아줌마"라고 불렀다. 그 비아냥거리는 손가락으로 날 가리키면서 말이다. 태평양 너머, 서울의 어디 인지도 모를 어느 집구석에서 그 젊은 남자는 날 보란듯이 비웃었다. 그에게 나는 거기 있을 자격도 없는 존재였다. 썩은 과일처럼 한심한 웃음거리였다.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뜨거운 분노가 끓어올랐다. 그가 나를 내 창을 넘기고 가버렸을 때, 차라리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채 노트북을 바라보다가 그대로 덮어버리고 이불 속에 내 얼굴을 파묻었다. 마음속에서는 피를 흘렸고, 한때 온전했던 자존심이 이제는 검게 칠해진 상처로 남아 버렸다.
그 낯선 사람에게 특유의 감정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의 이름도, 어디에 사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상처받은 자존감은 쉽게 치유되지 않았고, 그날 하루 반나절 동안 그 아줌마라는 한마디와 그의 잘생긴 얼굴에 스친 비웃음을 곱씹으며 분노에 사로잡혔다.
내가 거기 있었던 게 잘못이었나? 교외의 삶 속에서 오랜 세월 갇혀 지낸 후 처음으로 온라인 채팅을 시도했을 뿐이었다. 내가 나보다 어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 게 그렇게 잘못된 일이었나? 자유를 느끼고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 왜 잘못이란 말인가?
그들은 나에 대해 전혀 몰랐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 내 영혼 역시 자유롭게 날아오를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첫 자유를 만끽하려던 순간, 그 나이라는 것이 날 가로막았다.
한국인들은 정말 수수께끼의 존재 같다. 같은 아시아인이지만, 그들의 유교적 사고방식과 집단적 사고는 나에게는 낮과 밤처럼 달랐다. 내가 있었던 곳과 내가 현재 있는 곳은 글로벌한 곳이었다. 미국에서는 다양한 음식, 피부색, 종교가 어우러져 있기 때문에 단일 문화를 이해하기가 어려운 편이다.
이른바 K-pop과 K-drama가 인터넷, TV, 음악 앱을 통해 널리 퍼지게 되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나의 호기심은 더 커졌다. 미디어가 그들을 어떻게 묘사했는지 궁금했다. 미디어를 믿으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할리우드처럼 한국도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통해 훌륭하고 꿈같은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었다.
나는 더 파고 들고 싶었다. 그들에게 또 다른 무엇인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미모와 완벽한 몸매, 멋진 춤 동작 아래, 그들도 나처럼 똑같은 욕망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고작 한 남자의 비아냥 때문에 내 탐구를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내 흥분은 다시 타올랐다. Ometv라는 랜덤 채팅 앱은 내게 새로운 길을 열어 주었다. 또한, 유튜브는 한국에서의 경험을 나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진실이 내 손끝에 있다는 게 느껴진다. 나는 좀 더 알고 싶다.
당신이 보고 있는 이 아줌마는 증명할 것이다. 그 잔인한 단어가 나를 좌절시키게 두지 않겠다.
누가 나를 실패자라 했는가? 내가 알고 있는 바로는, MILF라는 단어는 포르노 세계에서가장 인기 있는 단어라고 한다. 이 아줌마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oo—
*1 Twinkie: 미국에서 유명한 과자로 겉은 노란 스펀지 케이크, 내부는 하얀 크림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시아인이 피부가 하얀 백인이 되고 싶어하는 것을 비꼬는 데 사용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