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하시고, 자, 쏘세요

“지금 네 입에다가 싸줄게.”

“네 엉덩이에도 싸줄게.”

“내가…”

세 번이나 말하고 나서야 번역이 잘못된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빵’이라는 표현이 ‘쏘다’라는 의미였고, 그의 말하는 대로라면 사정을 뜻하는 거였다.

규칙을 모르는 정글에 떨어진 것 같았다. 이 사람들, 이 한국인들은 나와는 달랐다. 피부색은 같을지라도, 문화의 깊이에는 차이가 있다는 걸 실감했다. 이게 그들이 수수께끼인 이유이기도 했다. 내가 평범하게 여기는 것이 그들에겐 자극적인 일이었다. 깊게 파인 블라우스를 입고 속옷을 드러내며 편하게 대화하고, 약간의 비꼼 섞인 농담을 하거나 가볍게 비꼬는 것이 그들을 불쾌하게 만들 수도 있었다.

“변태가 나쁜가요?” 이것은 내가 ‘변태 게임’을 시작할 때 했던 열 가지 질문 중 하나였다. 그는 내 첫 친구였고, 내가 H를 속이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 거부하기에는 너무나 섹시한 매력을 가진 Fuck boy와 엮이는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마치 K팝 스타와 대화하는 것 같았고, 그의 문신은 더더욱 그를 거부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때는 Fuck boy(1) 가 무슨 의미인지 깨닫기엔 이미 늦어버린 뒤였다.

사실 늦어도 너무 늦었었다. 이미 너무 깊이 빠져버린 것이다. 내가 스스로 만든 이 구덩이에서 기어 나오기엔 죄가 너무나도 무거웠다.

호기심이 이 계집을 사경으로 몰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내가 똑똑하다고 생각했고, 섹시한 게임과 페르소나(2)를 만들면서 아무도 나를 알 수 없을 거라 여겼다.

그 Fuckboy에게 이름을 물었다. 그는 알 필요 없다고 답했다. 처음엔 내가 거짓말을 못하게 하려는 건가 싶었지만,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그가 이 게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이름을 말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그리고 여자와 한 번 하고 버리는 것이 편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에게 남편에게 말할 거라고 했다. 너무 순진했던 나머지, 내 잘못을 깨닫게 되었고, 모든 걸 깨끗하게 털어놓고 싶었다. 느껴지는 스릴은 짜릿했지만, 내가 직면해야 할 결과도 알고 있었다.

“왜?” 그의 평소 부드러운 톤이 떨어졌다. “몰라도 돼.”

“화낼까 봐 겁나?” 내가 물었다.

“당연하지…  말하지 마.”

“말할 거야.”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은데…”

“상관없어. 이걸 비밀로 할 생각은 없으니까.”

나는 즐거움을 만끽했고,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우리의 결혼은 이제 이 시험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낯선 사람과 놀았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겠다. 내가 남편을 속인 이유는 섹시하고 뭔가 다른 새로운 유혹을 도저히 뿌리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십 년이 넘도록, 나는 나 자신과 진실을 숨겨왔다.

나는 서큐버스였다.

이런 나 자신을 숨기면서 살아야만 했다. 삶의 현실과 마주해야만 했다. 생계를 꾸리고, 내가 태어나지 않은 이 나라에 머물기 위해 필요한 영주권을 얻고, 가족을 이루고 키워가는 것. 이렇게 내 삶보다 타인의 삶을 먼저 생각해야 했다.

H의 반응은 내가 예상한 것과 달랐다. “실망이네,” 그가 말했다.

내 고백 이후 우리는 일주일을 방 안에서 함께 보냈다. 방 안에서 침대에 앉아, 서로를 괴롭혀 왔던 모든 것에 대해 열어 보였다. 숨겨온 상처들, 서로에게 짐이 될까 봐 말하지 못했던 것들까지도 말이다. 우리의 불만과 상처가 다시 끄집어내야 하는 아픔이 있었고, 아물지 않은 상처가 다시 벌어졌지만, 그 과정을 통해 서로를 다시금 새롭게 쌓아 올렸다.

그로부터 얻은 것이 무엇이었냐고 내게 물어본다면, 나는 섹스라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H와 내가 서로를 알아갔다는 사실이었다. 모든 걸 열어두고, 머리 속에서 어떤 말을 꺼내든 두려워하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바라는지가 우리의 삶을 앞으로 더 나아가게 했다.

이기적이더라도 괜찮았다. 그게 어른으로서 자신이 한 행동의 결과를 마주할 수 있는 정도가 되면 말이다.

1년 후, 우리 둘은 여전히 여기에 있었다. 길은 몹시 험난했고, 서로 많이 다투기도 했다. 규칙은 명확하지 않은 채, 눈물로 쓰여져있었다. 그나마 확실해진 것이 있다면,

내가 그의 자랑스럽고 섹시한 아내였고,

쿠거이자, 밀프이고, 사냥꾼이었다는 점이다.

“아니. 변태인 건 괜찮아.” Fuckboy가 답했다. “근데 한국에 있는 여자들은 문화 때문인지는 몰라도 변태적인 면을 잘 안 드러내.” 그렇다, 나는 이런 여자들과는 달랐다. 아니면 그들이 그냥 숨기는 걸 잘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기서 여자들 만나 본 적 있어?” Ometv에서 만난 한 남자에게 물었다.

“응. 한국인 여자들이랑 대화해 본 적 있어,” 그가 대답했다.

“진짜?”

내 사냥은 계속되었다. 이번 사냥은 남자인 척하며 한국인들 사이에 숨어들고, 그들 중에 찾기 힘든 한국 여자들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그들에게 변태 게임을 같이 해보자고 묻고 싶었다. 여자를 좋아해서가 아니었다. 그저 호기심때문이었다.

이 여자들은 섹스에 대해 얼마나 수줍어하면서 숨기려고 할까? 나는 한국 남자들이 어디에 있든 보통 남자들처럼 정상적이라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한, 이 한국인 여자들은 드라마에서 묘사된 그런 수줍고, 어리석고, 순진한 여성일 리는 없었다.

그래, 인정한다. 내 목표는 남을 타락시키는 것이다. 나는 모든 사람을 섹스 중독자와 성적 욕망이 가득한 존재로 만들 준비가 돼 있었다. 섹스는 어떻게든 우리의 마음의 문을 열게 만든다. 우리가 누구인지 직면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리고 나는 그 몇몇 여자들을 찾을 수 있었다. 내가 머리를 내밀고 내가 남자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자 여러 사람들이 나를 스킵했었다. 그러다가 대화가  하고 싶어서 남은 한국인 여자 두 명을 만났다.

한 명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것처럼 보이는 순진한 소녀였다. 내 안에 있는 모성애가 그녀에게 이 앱에서 당장 나가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한국인이지만 우즈베키스탄 출신으로 우즈베크어와 영어만 할 줄 알았다. 정말 귀여운 소녀였는데, 더 얘기를 해보려 하기도 전에 화면이 넘어갔다.

두 번째로 만난 여자는 담배를 굴뚝 피우듯이 마구 피워댔다. 우리는 인스타그램에서 오프라인으로 만나기로 했었지만, 그녀는 남들에게 다 했던 것처럼 바로 나를 고스팅해버렸다. 고스팅이 더럽게 기분이 나쁘고 끔찍했지만, 그렇게 멍들고 타버린 내 마음을 계속해서 버려나갔다. H의 “제대로 놀고 싶으면 마음을 단단히 가져”라는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하나, 둘, 셋, 빵야.

Ometv에서 발정난 채로 자지를 흔드는 남자들의 비율은 50:50정도 된다.

“넌 여기에 계속 있고 싶어하는 건 아니잖아. 여기에 더러운 남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한 친절한 영혼이 말했다.

“진짜?” 나는 선글라스를 낀 채로, 미소를 지었다. 처음에 이 가상 채팅 앱은 나만의 놀이터였다. 난 평균적으로 주 2-3회 정도 접속하여 하루에 1-2명의 남자를 낚고, 비디오 섹스를 하며 그 남자들과 최소한 한 번 이상은 오르가즘을 느꼈다. 그 수가 말도 안 되게 많아서, 어느 순간, 그 가상의 몸뚱아리들을 몇 명이나 만났는 지 기억도 잘 나질 않는다.

좋은 연습이었다. 내 퍼포먼스를 완벽하게 해냈고, 섹스는 내게 지속적인 고양감을 주었다. 내 수줍음을 벗어던지고, 내 패티시를 키우면서, 아침 햇살에 내 몸을 드러냈다.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진실을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젊음을 빨아들이는 서큐버스에 빙의한 나의 사냥 범위는 25-35살사이였다. 그들의 자지를 먹고, 우리가 현실에서 떡을 치는 상상을 하며 그들의 정수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서로 오르가즘을 경험하고 함께 가버리고, 가상의 섹스 춤을 추었다.
“왜? 뭐가 잘못됐어?” 내가 한 남자 앞에서 오르가즘을 느끼고 있을 때 물어봤다. 그는 화면 아래에서 손으로 자위를 하고 있는 듯했다. 그의 얼굴은 고통스러워 보였다.

“어디 가?” 내가 물었다.

비디오에 비친 그의 얼굴은 검게 변했고, 나는 그가 서두르는 소리를 들었다.

“여보세요?” 나는 자위를 멈추고 내 딜도를 빼내서, 퍼포먼스가 끝난 후 쉬면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비디오 섹스의 힘을 과소평가했어.”라는 문자 메시지가 왔다.

“무슨 뜻이야?” 내가 다시 물었다.

“화장실이 너무 급했거든.”라고 그가 답했다.

나는 너무 웃겨서 옆구리가 아팠다. “그걸 나한테 보여줬어야지. 난 남자가 싸는 거 보면 기분이 좋단 말이야.”

“처음이라서…”라고 그가 말했다. 그를 볼 수는 없었지만, 그의 당혹감을 느껴졌다.

“그래도 재밌었지?” 내가 물었다.

“응…”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이런 걸 하는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 매번그들에게 설명하거나 보여줘야할 필요가 있었다. 그들의 첫 가상 섹스 상대가 되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면서 말이다. 비디오 섹스를 내게 처음 소개해줬던 그 Fuckboy가 이런 기분이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타인을 소유하는 힘을 가진 것 같았고, 순수한 사람들에게 이런 신세계가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이 놀라운 쾌감을 향해 그들을 이끌어 주고 있는 것 같았다..

“선글라스는 왜 쓰고 있어?” Ometv의 그 착한 영혼에게로 돌아와보자면, 그는 얼룩진 갈색 머리의 잘생긴 남자였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들려주도록 하겠다. 그가 자신이 한 일을 후회하고 있다는 걸, 오늘날까지도 나는 느끼고 있었고, 내가 그를 생각하는 만큼 그도 나를 생각하는 지 궁금했다.

“촬영당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 나는 자신의 얼굴을 일부 가리고 있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널 누가 찍어?” 그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내 손으로 입을 가린 채로 깔깔거렸다.

왜냐하면, 이렇게 멋진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도 아무도 몰랐기 때문이다. 지퍼 달린 후드 티를 걸친 채 친근한 얼굴을 가진 내가 사실은 모순 덩어리라는 걸 말이다. 후드티 안에는 검은 레이스가 달린 란제리 속옷을 입은 채로, 묵직한 가슴이 펴져서 놀 준비를 하고 있었다.

“변태 게임 할래?” 내가 물었다. 이제 그 한국인은 잊어버려라. 섹스는 모든 언어를 초월하고, 큰 가슴이야말로 누구나 사용하는 화폐다.

재미는 지퍼 하나로 다가온다. 성욕의 탱크를 채우겠다. 그렇게 내 먹잇감들이 절정을 느끼면서 하나 둘씩 사라진다.

하나, 둘, 셋, 빵야.

정액들이 하늘 위로 솟구치는 걸 바라보고 있다. 두껍고 하얗게,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oo—

(1): 연애와 관련된 현대 속어로, 진지한 관계보다는 일시적인 즐거움이나 가벼운 만남을 추구하는 사람을 의미. 진심이나 깊은 감정 없이 매력을 과시하거나 유혹하려는 행동을 보이기도 하고, 상대방의 감정이나 관계의 깊이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많음.

(2): 심리학에서 개인이 사회에서 맡은 역할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을 가리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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