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널 기억할께
그는 내게서 도망친 물고기(사냥감)였다.
"오늘 밤 이후로 널 영원히 기억해줄게," 그가 말했다. "널 잊지 않을게, 내 사랑스러운 변태 아줌마."
그 말을 들으니, 그가 다정한 남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다. 그가 고백하고 나랑은 연락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는 걸 알았다면, 그를 더 열심히 붙잡았을 것이다. 그야 말로 내 하렘판타지에서 기를 만한 가치가 있는 물고기였다.
후회스럽다.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를 붙잡지 못한 게 후회된다. 내게 아무 의미도 없는 사람들에게는 정을 너무 쉽게 주면서 그와는 함께하지 않은 게 아쉽기만 하다. 이런 화학 작용이 참 신기했다. 그에게 특별하게 끌린 건 아니었지만, 함께 나누었던 우리들의 우정이 그리웠다.
그가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똑같은 유머코드가 섞인 농담을 주고받았고, 같은 주제로 야한 이야기들을 나눴으며, 우리를 괴롭히는 것들에 대한 감정도 서로 공유했다. 2시간 반 동안이나 대화를 나눴는데, 그가 새벽 4시에 너무 피곤해하지만 않았어도, 계속 얘기를 나눴을 것이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화면이 전환되었다. 대화방이 깔끔해지고 다음 사람의 얼굴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내 심장은 두근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나타난 그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나는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한국 시간으로 새벽 두 시였다. 흰색 블라인드가 내려져 있었고, 그의 침대는 내가 전에 여러 번 본 적이 있는 침대였다. 흰색 벽지, 블라인드가 내려진 창문, 그리고 그의 밝은 갈색 머리가 기었난다. 그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서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내가 말했다.
"어느 나라 사람이세요?" 그가 영어로 바로 물었다. 한국어 억양이 없었다. 여기에 있는 어떤 남자와도 어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요,” 내가 대답했다.
"여기서 뭐하고 있어요?" 그는 지루하고 피곤해 보였다.
“새로운 사람들 만나고 있어요,” 내가 대답했다.
"선글라스는 왜 쓰고 있어요?"
"그럼 당신은 왜 얼굴을 가리고 있어요?" 내가 웃으며 말했다.
“여기 스토커들이 있어서요.”
“그래요? 어떻게요? 여긴 다 랜덤으로 만나잖아요.” 나는 시스템 작동 방식을 의아하게 여겼다. 누구를 만나게 될지 전혀 모르고, VPN을 쓰다 보면 갑자기 화면이 전환되면서 방금 막 친해진 ‘친구’가 5,170만 한국인 속 어딘가로 영원히 사라져 버린다. 그래서 사람이 괜찮다싶으면 바로 인스타를 건네곤 했다. 일단 낚아보고 나중에 판단하는 게 더 나았기 때문이다.
“혹시 드라마 ‘YOU’ 봤어요?” 그가 침대에 앉으며 물었다. 휴대폰 화면에는 그의 입술 아랫부분이 비쳤다.
이 사람은 신중했다.
“네, 그 사이코 연쇄 살인마 나오는 거 잖아요.” 나는 대답했다.
“조언 하나 해줄게요. 스스로를 보호할 필요가 있어요.” 그가 손으로 파마결의 갈색 머리를 빗었다.
“그래요…?” 나는 꽤나 흥미를 느끼며 대답했다. 드문드문 이렇게 흥미가 가는 사람을 만나면 기분이 좋았다.
토요일 아침, 별다른 할 일이 없고, 아이들은 비디오 게임과 모바일 게임에 빠져 있는 동안, 나는 방에서 혼자 다음 대상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아직 위험한 상황에 빠진 것은 아니었다. 그 당시에는, 가는 내가 이런 짓을 한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한국 남자들과 대화를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비디오 섹스까지 한다는 건 몰랐다. 게임 삼아 그리고 장난 삼아 잠깐씩 보여주는 정도라고 그에게 말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변태들이 진짜 많아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괴상한 남자들 말이예요. TV에 나오는 그 남자처럼 스토킹 당할 수도 있다니깐요.”
“그건 심각하네. 소름 끼치네요.”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기본적인 대화 말고 좀 더 흥미로운 주제에 들어선 것이 좋았다.
이 남자는 가능성이 있었다. 얼굴을 보여주기만 한다면, FWB가 될 가능성이 얼굴에 쓰여 있는 듯했다. 꼭 얼굴이 중요하게 여기는 건 아니지만, 내 남자는 매력적으로 생겨야 하고, 내가 정확히 누구와 상대하는지 알고 있어야 했다. “그런 심리 스릴러, 연쇄 살인… 진짜 재밌긴 하지.”
“맞아요…” 그는 침대의 머리 받침 쪽에 기대며 앉았다.
“내가 심리 스릴러 소설도 썼다는 거 알아요? 나 작가예요.”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진짜요?” 그가 놀라며 반응했다.
“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YOU’처럼 소름 끼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인기가 있을진 모르겠네요… 뭐, 어쨌든…” 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근데 왜 스토커 얘기는 왜 꺼낸거예요?”
“여기선 많은 사람들이 본인들 소시지를 보여줘요.” 그의 목소리는 낮아졌고, 마치 이 앱의 음탕한 면으로부터 날 보호하려는 듯한 고백 같았다. 하지만 그가 몰랐던 건, 그가 사냥꾼을 상대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발기된 자지들을 보는 걸 좋아하는 쿠거라는 걸 말이다. 사실, 그게 내 최애 패티시였다.
이게 바로 나의 모순이다. 겉으로는 착하고 귀여운 엄마로 보이지만, 아무도 내가 이런 음흉한 손길을 가진 더러운 변태라고는 생각지도 못한다. 스치는 남자들마다 시선은 그들의 사타구니로 떨어졌고, 내 머릿속은 다음에 그려낼 상상 속 섹스로 가득 찼다.
“오… 그래요? 난 열 명도 못 봤던 것 같은데.” 속으로는 어른들이 모르는 비밀에 빠져 킥킥대는 십대처럼 웃고 있었다.
“왜 웃어요?” 그가 손을 내렸고, 그의 얼굴이 보였다.
내 입이 벌어졌다. 얼른 손으로 입을 가렸다. 정말 잘생겼다. 마치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핫한 얼굴이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나는 허둥대는 모습은 보이지 않은 채 침착하려고 애썼다. 그는 강아지처럼 큰 갈색 눈 가졌고, 친근한 느낌의 소년처럼 잘생겼었다.
“선글라스 벗어봐요.” 그가 웃으며 말했다.
“나는…”
“내가 얼굴을 보여줬으니, 이제 당신이 보여줘야죠.”
“전 결혼했어요. 그리고 남편이랑 선글라스는 계속 쓰고 있겠다고 약속했어요.”
“오… 결혼했어요? 목소리는 젊어 보이는데, 얼굴은… 글쎄, 얼굴을 안봐서 모르겠네…”
나는 선글라스를 벗고, 손으로 얼굴 아랫부분을 가렸다.
“귀엽네요.” 그가 웃었다. “손도 내려봐요.”
귀가 화끈거리는 게 느껴졌다. 이미 선글라스를 벗을 때 그가 얼굴을 봤을 테니 늦었구나라고 생각했다.
다시 한번 얼굴이 붉어졌고, 그 상태로 손을 내렸다. “고마워요… 그래서 왜 Ometv에 들어왔어요?”
그가 침대에 기대며 베개에 머리를 내렸다. “월드컵 경기 보고 잠이 안 와서 들어왔어요. 주말이라서 신경 쓸 것도 없고. 내일이 월요일이라면 잤을거예요.”
“그렇구나…” 나는 파란색 후드 티 안에 입은 검은색 란제리를 정리하며 갑자기 이런 사냥꾼 복장을 입고 있는 게 미안해졌다. 이 남자는 변태가 되기엔 너무 착했다. 오히려, 단순히 대화를 나누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가 위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왜 여기 있어요?”
나는 헛기침을 했다. 진실과 거짓 중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스토킹 당해 본 적 있어요?”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 여친이 날 스토킹했어요. 내 인스타를 해킹해서 자기 사진들을 올리고, 내 메시지들을 전부 읽더라고요.”
“헤어져서 다행이네.” 내가 말했다.
“거의 학대당하는 사이였어요…”
“정말요? 어떻게?” 그처럼 잘생긴 사람이 어떤 여자한테 그런 취급을 당했다는 게 상상이 안 갔다.
“걔가 잔소리도 하고 때리고 그랬어요.”
“뭐라고 했는데요?”
“내 자존심 깎으면서 기분 나쁘게 하는 말들이요…”
“걔가 때렸다고요?” 내가 물었다. “걔보다 훨 커보이는데.”
“그 여자얘가 이렇게 자기 손가락으로 톡톡 치면서…” 그는 한국 사람들이 이마를 치며 노는 손가락 놀이를 보여주었다.
“엥? 그 여자얘가 도대체 왜 그랬는데?” 내가 더 강하게 말했다. “그리고 바로 헤어졌겠죠?”
“근데 섹스는 좋았어요. 밖에서 하는 걸 좋아했거든요. 한 번은 벽 뒤에서도 했었는데, 근데 걔 보지에 풀이 묻더라고요. 별로 추천하진 않아요…”
“와… 대담하네!”
“근데…” 그가 목소리를 낮추고 내 눈을 피하며 고개를 돌렸다. “이건 좀 창피한데… 걔가 얼굴, 어깨, 자지… 그리고… 불알을 툭툭 쳐댔어요. 정신적으로 좀 불안정한 얘거든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자기가 자살할 거라고 협박도 했는데…걔가날 죽이고 자살할까봐 제대로 얼굴 보는 것도 무섭더라고요. 근데 결국에는 헤어지자고 말했어요. 헤어지고, SNS 계정도 전부 닫아버렸고요.”
세상은 정말 미친 사람들로 가득한 것같다. “그래도 벗어났으니 그게 중요한 거네.” 내가 말했다.
“그리고, 비밀이 하나 있어요.” 그가 말했다.
“말해 봐요,” 내가 대답했다.
“내가 혼자 자위하는 걸 촬영했는데, 누가 그 영상을 가져갔어요.” 그가 말했다.
“아… 그렇구나…” 요즘 같은 시대에는 별일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나도 얼굴은 안보이는 내 섹스 영상을 낯선 사람들과 공유하곤 했으니까.
“근데 내 얼굴이 찍혀 있었어요…” 그는 괴로워 보였다.
“이런 미친. 안됐네…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찾아내서 삭제하려고 했는데 못 찾았어요. 내가 아는 사람이 그걸 볼 까봐 너무 신경 쓰이네요.”
매우 끔찍한 일이었다. 인터넷에 섹스 영상이 올라가는 일은 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손으로 머리를 헝클었는데 더 귀엽고 멋있어 보였다.
“그 영상 절대 찾지 말고, 당신이 지인도 안보길 바랄게요. 근데 혹시라도 그런 일이 생기면, 당신 동의 없이 찍혔다고 하면 돼요.”
“적어도 섹스 테이프는 아니잖아요,” 내가 말했다.
“섹스 테이프가 차라리 나아요, 그건 누군가랑 같이 찍는 거니까. 혼자 자위하는 것보단 나아요…” 그는 매우 슬퍼 보였다. “가족들에게 이런 일 겪게 하고 싶지 않거든요… 죽어버릴까도 생각했는데.”
“세상에! 절대 그러지 마! 본인 인생이 그 하찮은 영상보다 훨씬 더 소중해.” 나는 아직 사회적인 파급 효과를 깊이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게 말했다. 그저 그에게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왜냐하면, 생명이 더 중요했으니까.
“가족은 창피함보다 당신을 더 사랑해요. 죽으면 돌이킬 수가 없어. 이미 일어난 일이니 앞으로 나아가야죠. 죽으면, 가족의 마음속에 깊은 상처랑 고통만 남을 거예요. 그게 훨씬 더 나쁜 일이죠. 진짜 그러지 마요. 나랑 약속해요.”
그는 여전히 슬프고 우울한 표정이었다.
“진심이예요. 당신은 진짜 중요한 사람이예요. 사람이 당연히 실수하기 마련이잖아요. 모두가 완벽하진 않다구요요. 오히려, 전부 다 최악인 사람들 밖에 없죠. 근데 이미 벌어진 일이잖아요. 이제 스스로를 사랑해봐요, 알겠죠?”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말해주니까 고맙네요.”
“당연하죠. 서로 모르는 사이지만, 난 남한테 신경 많이 쓰거든요. 그 끔찍한 전 애인을 떠난 것처럼, 이것도 극복할 수 있어요. 너무 걱정하지 마요. 만약 그 영상이 나타나면, 그냥 넘어가고 이렇게 말하면 돼요. ‘그건 실수였어요. 죄송합니다. 다시는 안 그럴게요.’”
그렇다, 최고의 조언은 아니었지만, H가 말했듯이, “남자는 도망같은 거 안쳐. 진짜 남자라면 실수에 맞서는 법이지.”
남자든 여자든 그 누구든지 우리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이 있어야 하고, 실수를 통해 교훈을 배워야 하는 거다. 우리는 좋은 방향으로든 나쁜 방향으로든 한 명의 사람으로서 성장해 나간다.
“할 수 있다면, 다가가서 안아주고 싶네. 다 괜찮아질 거예요.”
그가 미소 지었다.
“그래서 왜 Ometv에 있어요?” 그가 다시 물었다. 어쩌면 후드 티의 지퍼가 살짝 내려가 있는 게 궁금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가슴과 검은색 레이스가 봤을지도 모른다.
H가 말하길, 남자들은 Ometv에 친구따위나 찾으러 오는 게 아니라고 한다. 이 친구도 나처럼 재미를 볼 준비가 돼 있었다. 게다가 이 친구가 먼저 자기 섹스 경험담을 이야기하고 자기도 변태라는 걸 드러냈다. 그러나 그 말을 믿기가 쉽지 않았다.
“아니… 변태라고?” 나는 고개를 저으며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말했다. “네가? 변태일 리가 없는데…”
“당신만큼은 아닐 것 같긴한데.” 그가 웃었다. 약간 어수룩하고 나쁜 의도 없어 보이는 편안한 미소였다.
“저기요. 난 진짜 변태예요.” 나는 웃었다. 그는 화면 속의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우리는 한 시간 넘게 온갖 얘기를 나눴고, 내가 그를 유혹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리고 이번 대화는 그가 나갈 때까지 PG(1) 등급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제 더 할 얘기가 없어질 것 같았고, 이번에 내 임무를 완수하지 않으면 처음 의도를 배반하는 것 같았다. 게다가 그는 인스타 계정도 없고, 스토커였던 전 여친과 나쁜 경험이 있었다고 했으니, 이후에 날 다시 찾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그래… 할 말이 있어요.” 내가 말했다.
“뭔데요?”
“음… 진짜 떨리네.” 난 얼굴을 가렸다. 볼이 뜨거워지고 있었고, 뭘 말해야 할지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난 즉흥적으로 대답하는 것도 서툴렀다.
“말해봐요.” 그가 말했다. “뭘 부끄러워해요. 그냥 말해봐요.”
“나…나…” 나는 한숨을 쉬며 눈을 감았다. “나…”
“네?” 그도 화면에 가까이 다가왔다. 내가 베개에 얼굴을 묻으면서 몇 번 더 나를 재촉했을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이라면 이렇게 힘들어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 마음 속에서 이 사람은 좋은 사람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는 즐거운 대화를 나눴고, 내가 이걸 망칠 것만 같았다.
“그래… 날 싫어할 것 같긴 한데. 다 망칠 것 같은데…” 나는 그와 나를 번갈아 가리키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요. 지금 엄청 늦었잖아요. (서울 시간 새벽 3시) 어차피 내일 아침이면 다 잊어버려요. 항상 아침 되면 다 까먹거든요.”
“나, Ometv에 사람을 낚으러 왔어.” 나는 빠르게 말했다.
“뭐 하러 왔다고요?” 그가 물었다. “좀 더 크게 말해줄래요? 저 막 사람 함부로 판단하고 그러지 않아요.”
나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Ometv에 사람 낚으러 왔어요. 섹스 파트너 찾으려고요.”
“와우.” 그는 침대에 기대며 말했다. “진짜요? 섹스 파트너 찾으러?”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근데 결혼했잖아요.” 그는 나이를 물어보지 않았고, 나도 그에게 묻지 않았다. 다만 그가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에서 일하고 있고, 그 전에 저널리즘을 공부하고 있었다는 것만은 알고 있었다.
“맞아요.” 나는 더 크게 웃었다.
그도 이제 웃고 있었다. “그래서요?”
“그냥 그 사람들한테 게임 하자고 물어봐요.”
“무슨 게임이요?” 그가 웃으며 물었다.
“변태 아줌마 게임.” 이제 자신감이 붙은 내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아, 그래서 다들 게임을 했어요? 뭘 하는 건데요?”
그래서 나는 그에게 내 규칙을 설명했다. 그는 귀 기울여 들어주었다. 이 대화를 그에게 게임을 하고 싶냐고 물어보면서 그의 참여를 유도할 수도 있었지만, 그가 내게 보내고 있는 신호가 무엇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 힌트는 그가 덥다고 한 그때서야 알 수 있었다. 어쩌면 내가 Number 2와 가졌던 가상의 성관계를 물어볼 때쯤 일지도 모른다. 그때부터 그도 막 성욕이 올라왔던 게 아닐까? 우리의 웃음 속에서, 내가 겪은 일들을 이야기를 듣는 동안, 그가 자신에게도 보여달라고 원했을지도 모른다. 결국, 그에게만은 내가 보여준 적이 없으니까.
그는 날 ‘다정한 변태 아줌마’라고 불렀는데, 정말 딱 맞는 표현이었다. 우리는 두 시간 동안 한국 시간으로 새벽 4시 반이 될 때까지 얘기했고 끝내, 그가 이제 너무 피곤해서 자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는 같은 주파수를 공유하며, 여러모로 닮아 있었다. 솔직히, 그의 외모 귀엽든 그렇지 않든 혹은, 그가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었다. 내 본모습을 숨기지 않아도 된다는 그 느낌이 중요했다. 나의 진정한 베스트 프렌드는 언제나 내 남편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나와 같지 않다. 우리는 성격도, 과거도 다르다. 우리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그 점이 우리를 더 잘 맞게 해준다.
이 친구도 마찬가지다. 아마도 내 나이는 지금 이 친구 나이쯤 되어야 하는 것 같다. 내 정신 연령은 점점 늘어나고 있고, 그게 마치 얇게 당겨진 빨간 실로 목을 졸르는 느낌이 든다. 최근 몇 년 동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내 나이와 몸이 내 것이 아닌 듯한 기분이 느껴진다. 우연한 계기로 만나, 같이 시간을 보내며 친해진 내 친구들은 아이들을 가지고 있는 유부녀이고 다들 좋은 사람들이면서 좋은 의도를 가진 채 살고 있다.
하지만 관심사에 대해서 얘기를 할 때면, 우리는 겉만 맞출 뿐이었다. 우리는 만나게 되면 아이들, 코로나, 학교, TV 쇼 같은 이야기를 한다. 내 유부녀 친구들은 다양한 국적을 가지고 있다. 생일 파티 때마다 ‘우리 집 뒷마당이 마치 UN 같다’며 농담을 하곤 한다. 그것이 우리의 우정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다. 각자의 성장 배경, 문화, 직장에서의 경험, 인간관계,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였다. 나는 요리하는 걸 좋아하고, 약간 미식가이기도 하다. 이런 대화는 우리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보다 훨씬 낫다.
그리고 마치 잠시 물어뜯다 가버린 생선처럼, 나는 그에게 내 인스타 아이디를 알려줬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는 신호를 줬고, 클릭 소리와 함께, 온갖 후회가 남은 채, 그는 사라졌다.
순간의 전율이, 촛불의 불꽃처럼 사라져버렸다. 그 순간을 되돌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수없이 생각했다. 그를 찾기 위해 Ometv로 돌아가 몇 시간을 여러 번 돌아다니다가, 결국엔 비디오 섹스 빨리 거사를 치르려는 남자들만 만나곤 했다. 그 시간들이 즐겁지 않았다는 건 아니다. 그들 덕분에 할 이야기가 더 많아졌지만, 그래도여전히 슬펐다. 그 기회를 놓쳤다는 사실에 말이다. 오랫동안 친구로 지낼 수도 있었던 잠재적 FWB,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던 남자를 잃은 것이다.
“이 밤을 꼭 기억할 거예요. 시간이 지나도 오늘 밤 당신이랑 얘기한 건 기억할 거예요,” 그가 말했다. “나도 절대 안 잊을 게요.”
나도 그에게 그렇게 말했어야 했는데. 어리석은 실수로 인해 그가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실수를 하고, 그 역경은 우리가 극복해야 할 삶의 일부다. 어떤 것도 그 실을 끊어버릴 만큼 가치가 있진 않다.
죽음은 영원하고, 그렇게 영원히 인생 최대의 후회로 남을 테니까.
친구야, 네 앞날에 행복이 가득하길 바랄게. 대한민국 그 어디에 있든, 행복해야돼. 그리고 어디에 있든, 널 기억할 테니까 절대 네 인생 함부로 그만두지마.
—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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